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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 관한 10문 10답

 
알라딘에서 이벤트를 하고 있더군요:) 공부도 하기 싫은 김에 냉큼 업어왔습니다.

1. 당신은 어떤 종류의 책을 가장 좋아하세요? 선호하는 장르가 있다면 적어주세요.
 일단은 '한국문학'입니다. 번역 문제 때문에 아무래도 외국문학, 특히 시는 좋아지지가 않네요. 한국문학 중에서는 특별히 선호하는 장르가 있지는 않습니다. 그저 예전에는 대하소설을 많이 봤는데 요즘은 호흡이 많이 짧아졌다는 것 정도랄까요. 아, 건축물이나 길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수필은 눈여겨 보는 편이에요.

2. 올여름 피서지에서 읽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그것보다 일단 피서를 갈 수 있을지가 문제… OTUL. 특별히 생각해둔 책은 없습니다만, 한국대표시인 초간본 총서 정도라면 두어권 뽑아서 들고 가고 싶네요. 하지만 수중에 그 정도의 돈이 들어올 리 없으니 아마 신영복씨의 수필집을 천천히 다시 읽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원한 곳에서 좋아하는 책을 곱씹어보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지요:)

3.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가요? 혹은 최근에 가장 눈에 띄는 작가는?
 최근에는 정이현의 소설이 눈에 잘 들어오더군요. 아무래도 '동시대성'의 영향이 큰 듯합니다. <달콤한 나의 도시>는 드라마로도 방영 중이라는데 못 보고 있는 게 좀 아쉽네요.
 근래에 오래도록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작가라면- 시에서는 김수영, 소설에서는 이청준입니다. 이 분들의 작품은 볼 때마다 새롭지요.

4. 소설 속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이유와 함께 적어주세요.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애매모호하지만, 김선우의 <바리공주>에 나오는 바리를 가장 좋아합니다. 하늘과 땅의 정한 이치를 알고 어우러져서 살아가니까, 주어진 난관들은 성심성의껏 행하니까, '버려짐으로써 사랑을 얻은 존재'라고 스스로를 말하며 그 사랑을 온누리에 펼치니까요.

5. 소설 속 등장인물 중에서 자신과 가장 비슷하다고 느낀 인물 / 소설 속 등장인물 중 이상형이라고 생각되는 인물이 있었다면 적어주세요.
 원만하게 살려고 노력은 하지만 툭하면 삐쭉거리고, 게다가 심심하면 삽질-_-로 내면으로만 틀어박히는 소설 속 등장인물은 아직 못 본 것 같네요. 보시면 누가 제보 좀
 리심, 혹은 리진이 일종의 이상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뭐 사귀고 싶다 그런 이상형은 아니고;; 그 무엇이 이유가 되었든 간에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생각할 수 있었던 사람. 그리고 자신이 얻은 것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어한 사람이니까요.

6.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은?
 문학 도서 선물은 주로 수필집으로 하는 편입니다. 신영복씨의 <나무야 나무야>나 <처음처럼>을 꾸준히 전하고 있지요. 최근의 책이라면, 입대가 한달여 남은 동생 녀석에게 <완득이>를 선물하고 싶네요.

7. 특정 유명인사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누구에게 어떤 책을 읽히고 싶은가요?
 개인적으로 책을 '읽히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청와대에 있을 '그 분'께 <난쏘공>과 <김수영 전집>을 드리고 싶군요. 읽고는 '사회 현실'을 좀 바로 보시라고 말하고 싶네요. 이 책들이 결코 과거의 일을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 있는지 말이에요.

8. 작품성과 무관하게 재미면에서 만점을 주고 싶었던 책은?
 질문이 다분히 소설 편향적인 것 같은데; 이광수의 <무정>이나 이태준의 <딸 삼형제>를 추천하고 싶네요. 작가들의 이름에 눌리지 말고 책을 본다면 요즘의 웬만한 로맨스 소설보다 훨씬 재미있어요. 특히 서로 다른 두 여자의 매력을 두고 저울질하는 남자들의 심리 묘사는 정말 웃음이 나오지요.

9. 최근 읽은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면 적어주세요.
신열 때문이었을 것이다. 젊은 날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원인 불명의 신열은 더욱더 견디기 어렵다.
내가 두 번째 자살 미수에 그쳤을 때 아버지는 마침내 이불 보따리를 쌌다.
그놈의 책이 문제여, 라고 아버지는 말했다.
책 귀신이 붙어서 너를 이리 못쓰게 만들어놨응께 귀신 붙은 책에서 당분간 떨어져 있거라.
젊은 날의 내열(內熱)은 굶주림과 다름없다는 것, 뭔가 끝없이 모자라고 모자라서
밤낮없이 쇼펜하우어, 니체, 도스토예프스키, 생택쥐페리, 앙드레 지드, 장용학, 김승옥……
그들의 목소리를 쫓아다닌다는 것,
그래서 알고 보면 책에 귀신 붙은 것이 아니라 내 몸 어딘가에 단단히 귀신이 달라붙어
신열 들끓는 생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아버지는 모르고 있었다.
- 박범신, <흰 소가 끄는 수레> 중에서
 엊그제 읽은 책인데, '그놈의 책이 문제여'라는 말은 워낙 자주 들은 말이라서-_-a

10. 당신에게 '인생의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유와 함께 적어주세요.
 유년기의 '인생의 책'이라면 단연 <삼국지>지요. 만화 삼국지 60권 이후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연의와 연의가 아닌 것, 소설 자체만이 아니라 거기서 파생된 다른 여러 책까지도 하염없이 찾아서 읽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오고 용맹과 지략을 뽐내는 것이 맘에 들었거든요. 그래서 초등학교 때 친구들 중 일부는 '삼국지 소녀'라고 저를 기억하기도 한다는;; 어쨌든 꽤나 오랜 시간을 같이 했으니 정이 들만큼 들었지요.
 하지만 인생의 전환점(이 책 자체는 문학 서적이 아니라서요^^;)으로 가는 징검다리는 <나무야 나무야>였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며 큰이모님께 선물로 받았는데- 이전까지 그저 책을 '보기'만 했다면, 이 책 이후로 정말 책을 '읽는다'라는 걸 깨달았으니까요.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 않고 현재성을 느낄 수 있는 책이 그리 흔한 것도 아니고요. 책 속에 들어있던 엽서 두 장과 함께 지금까지도 책장에서, 저랑 같이 나이를 먹고 있는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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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玄月 | 2008/07/01 22:19 | 행복한 독서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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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나무피리의 하얀사과빛 .. at 2008/07/02 00:14

제목 : 문학에 대한 10문제짜리 시험지
+자주 손이 가는 책들은 요기에 꽂아둔다. 알라딘에서 이벤트를 한다는 글을 여기저기서 보고 호기심이 나서 해본다. 요즘 책을 열심히 읽고 있지 않은 것 같아서 반성할 겸 각오도 새로이 해본다. 다시금 열혈책읽기모드로 돌아가서 와작와작 책 읽고 감상글도 올려야지. 10문제지만 하나하나 녹록치 않은 문제들이라 답 쓰는 데 오래 걸릴 것 같다. :) -----------------------------------------------......more

Commented by 나무피리 at 2008/07/01 22:32
저도 이 문답 보고 해봐야겠다 싶었는데 현월 님의 글이 올라와서 읽었더랍니다.
나무야 나무야를 좋아하시나봐요. 마음에 간직하고픈 책이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
Commented by 玄月 at 2008/07/02 00:16
행복한 일이지요, 정말:) 가끔은 그게 지나쳐서 부흐링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만요^^; 정말 이 답안지 완성시키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구요.
Commented by 아침의전령 at 2008/07/02 01:06
5. 『드래곤레이디』 카넬리안. '어째서'라고 물으시면 몰라요. (...)

책 읽기도 싫은데 이거나 해볼까 (...)
Commented by 玄月 at 2008/07/04 01:06
요번에 넥스비전에서 양장본으로 <드래곤레이디>가 나온다더군. 안 그래도 지갑은 가벼운데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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